오래된 디자인 아이콘을 다루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의 아트 컬렉티브 MSCHF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구프람의 대표작 Pratone을 잔디 깎듯 잘라내고, 초록색 표면 아래 숨어 있던 붉은 폴리우레탄 내부를 그대로 드러냈다.
결과물의 이름은 `Cut Pratone`. 단순히 유명한 가구를 파괴한 장난처럼 보이지만, 이 작업은 디자인 아이콘이 박물관 속 성물이 되는 순간 잃어버리는 질문을 다시 꺼낸다. 좋은 디자인은 원형을 지켜야만 살아남는가, 아니면 새로운 세대가 과감하게 건드릴 때 다시 의미를 얻는가.

1. Pratone은 처음부터 얌전한 의자가 아니었다
Pratone은 1971년 조르조 체레티, 피에트로 데로시, 리카르도 로소가 설계한 급진적 디자인의 대표작이다. 거대한 잔디 줄기처럼 보이는 부드러운 폴리우레탄 사이에 몸을 눕히는 구조로, 의자가 갖춰야 한다고 여겨졌던 단정한 형태와 올바른 자세를 일부러 거부했다.
당시의 급진적 디자인은 가구를 예쁘고 편리한 생활용품으로만 보지 않았다. 소비사회와 기능주의, 획일적인 주거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문화적 도구로 사용했다. Pratone의 과장된 초록색 잔디는 자연을 모방하면서도 명백히 인공적이었고, 앉는 사람을 우스꽝스러운 장면의 일부로 만들었다.
Pratone은 편안한 의자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의자와 생활을 바라보는 기존의 태도를 흔든 작품이었다.
2. MSCHF는 잔디를 깎아 내부를 노출했다
MSCHF는 Pratone의 긴 잔디 줄기 윗부분을 대각선으로 잘랐다. 잘려 나간 조각은 작품 주변에 흩어져 있고, 남은 줄기 끝에는 피처럼 선명한 붉은색 폼이 보인다. 제품 소개에서는 이를 잔디 깎는 기계가 지나간 장면처럼 표현하지만, 전시장에서는 하나의 디자인 아이콘을 해부한 사건 현장처럼 읽힌다.

흥미로운 점은 형태를 훼손했는데도 Pratone의 정체성이 더 선명해졌다는 것이다. 초록색 표면만 보았을 때는 기묘한 잔디 의자였지만, 내부가 드러나자 이 작품이 자연을 흉내 낸 인공 소재라는 사실과 1970년대 급진적 디자인의 도발성이 다시 강조된다.
3. 아이콘을 존중하는 방식은 보존만이 아니다
유명한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협업은 대개 색상을 바꾸거나 로고를 더하는 안전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논란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MSCHF는 반대로 원작의 가장 상징적인 부분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이 작업이 단순한 훼손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원작이 가진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Pratone은 처음부터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았고, MSCHF의 절단은 그 태도를 오늘의 시각 언어로 반복한다. 형태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반항적인 정신을 이어받은 셈이다.
4. Industry Plants는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일부러 흐렸다
Cut Pratone은 2024년 뉴욕 페로탱 갤러리에서 열린 MSCHF의 전시 `Industry Plants`에서 공개됐다. 전시는 무엇이 걸작을 만드는지, 유명한 작품과 소비재의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묻는 작업들로 구성됐다. 구프람과의 협업은 MSCHF가 본격적으로 가구를 다룬 첫 사례이기도 하다.
함께 공개된 `5G Cactus`는 구프람의 또 다른 아이콘인 Cactus 옷걸이에 통신 안테나를 붙였다. 현대 기술이 생활 속 물건에 자연스럽게 침투하는 모습을 과장해 보여주며, 익숙한 디자인 오브제를 오늘의 기술 문화와 연결했다.

5. 브랜드가 오래된 자산을 새롭게 사용하는 방법
첫째, 헤리티지를 단순히 반복하지 말고 처음 등장했을 때의 태도를 찾아야 한다. 대표 제품의 색과 형태만 복제하면 과거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만, 당시 무엇에 반대했고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이해하면 새로운 해석의 방향이 생긴다.
둘째, 협업 상대에게 충분한 개입 권한을 줘야 한다. 안전한 협업은 익숙한 결과를 만들지만, 구프람과 MSCHF처럼 브랜드의 핵심 제품을 건드릴 수 있게 허용하면 사람들에게 다시 이야기할 이유를 만든다.
셋째, 논란 자체보다 논란 뒤에 남는 질문이 중요하다. 충격적인 이미지로만 끝나면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만, Cut Pratone은 디자인 아이콘의 보존과 해석, 예술과 제품의 경계에 관한 대화를 남긴다.
오래된 브랜드 자산은 깨끗하게 보관할수록 안전하지만, 새로운 세대에게는 점점 멀어질 수 있다. 때로는 원형을 조금 훼손하는 과감함이 그 안에 있던 생각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