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넓지 않은데 거실 한쪽에 업무 공간이 필요하고, 매장 안에서는 전시와 상담 공간을 수시로 바꿔야 한다. 요즘 공간은 한 가지 역할만 하지 않는다. 문제는 기능이 늘어날수록 벽을 새로 세우는 방식이 오히려 불편해진다는 점이다.

벽은 공간을 확실하게 나누지만, 동시에 빛과 시선, 동선까지 함께 막는다. 반면 이동식 파티션은 필요한 순간에만 경계를 만들고, 상황이 바뀌면 다시 접거나 옮길 수 있다. 호주 시드니의 폴드 스튜디오는 이 오래된 가구를 지금의 생활 방식에 맞게 다시 설계했다.

원목 프레임과 페이퍼 코드로 만든 폴드 스튜디오의 접이식 스크린

1. 파티션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재택근무가 늘고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나의 공간을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거실은 업무 공간이 되고, 침실 한쪽은 취미 공간이 되며, 아이 방은 공부와 놀이를 동시에 담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완전히 닫힌 방이 아니라, 집중이 필요한 만큼만 나눌 수 있는 경계다. 파티션의 장점은 개방과 분리를 두 가지 상태로만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각도를 조금만 바꿔도 시야와 채광, 사람의 이동 방식이 달라진다.

좋은 파티션은 공간을 막는 벽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거리와 집중을 만드는 가구다.

2. 폴드 스튜디오는 가림막을 하나의 가구로 만들었다

폴드 스튜디오를 만든 폴린 올먼은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크린을 임시 가림막이 아니라 오래 두고 쓰는 가구로 접근했다. 그래서 제품의 중심은 화려한 장식보다 프레임의 비례와 연결부의 완성도에 있다.

대표 제품은 `Woven-Fold`와 `Fabric-Fold`다. 두 컬렉션 모두 원목 프레임과 감춰진 황동 경첩을 사용하지만, 패널을 채우는 소재에서 성격이 갈린다. 하나는 종이 코드를 직조하고, 다른 하나는 패브릭을 팽팽하게 고정한다.

덴마크식 페이퍼 코드를 직조한 Woven-Fold 스크린

구조는 단순하지만 사용자는 패널 수와 높이, 목재와 패브릭을 공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완성된 제품을 사는 방식보다, 자신의 집이나 매장에 맞는 조합을 고르는 과정이 중요하게 설계된 셈이다.

3. 같은 구조도 소재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든다

Woven-Fold에 사용된 덴마크식 페이퍼 코드는 시선을 완전히 가리지 않는다. 촘촘한 직조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가까이에서는 손으로 엮은 표면이 드러난다. 그래서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답답함은 덜하다.

Fabric-Fold는 리넨, 벨벳, 부클레처럼 선택지가 넓다. 차분한 색을 고르면 벽의 연장처럼 보이고, 강한 색이나 패턴을 선택하면 공간의 중심이 되는 오브제가 된다. 파티션이 단순한 기능 제품이 아니라 인테리어의 큰 면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패브릭과 원목 프레임을 조합한 Fabric-Fold 스크린

프레임은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 블랙 월넛, 애시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밝은 목재는 공간을 가볍게 만들고, 짙은 월넛은 스크린의 존재감을 높인다. 결국 같은 구조라도 목재와 직물의 조합에 따라 배경이 되기도 하고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4. 한국의 집과 일터에 적용한다면

국내 아파트와 오피스텔처럼 면적이 제한된 공간에서는 고정 벽체를 추가하기 어렵다. 거실 한쪽에 화상회의 공간을 만들거나, 침실과 드레스룸 사이에 시선을 가리고 싶을 때 접이식 스크린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오픈형 사무실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팀별 업무 공간을 느슨하게 구분하거나, 촬영과 미팅이 있을 때 배경을 만들 수 있다. 매장에서는 시즌에 따라 전시 동선을 바꾸고,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는 좌석 사이의 밀도를 조절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파티션을 단순히 ‘가리는 물건’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큰 면적을 차지하는 만큼 색과 질감, 높이와 투과율이 공간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 기능만 보고 고르면 임시 가림막처럼 보이고, 공간의 일부로 설계하면 하나의 가구가 된다.

5. 공간과 제품을 설계하는 사람이 배울 수 있는 점

첫째, 사용자가 경계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히 보이거나 완전히 가려지는 두 가지 선택보다, 각도와 소재에 따라 여러 단계의 개방성을 제공하는 편이 실제 생활에 유용하다.

둘째, 이동 가능한 제품일수록 디테일이 중요하다. 반복해서 접고 펼치는 경첩, 손이 닿는 프레임의 모서리, 패브릭의 장력처럼 작은 부분이 사용 경험과 제품 수명을 결정한다.

셋째, 기능과 인테리어를 분리하지 않아야 한다. 파티션은 공간을 나누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큰 배경면이다. 구조와 소재를 함께 설계해야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공간에 자연스럽게 남을 수 있다.

폴드 스튜디오의 사례는 공간을 넓히는 방법이 반드시 면적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요한 순간에 공간의 역할을 바꿀 수 있다면, 같은 면적도 훨씬 유연하고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다.